2018년 한해 동안 미국 내 상표권 관련 큰 여파를 일으킬 만한 판결이 여러 건 있었다. 그 중 첫 번째로 탄산음료에 사용되는 명칭 “ZERO”를 두고 벌인 코카콜라와 닥터페퍼의 분쟁을 소개하고자 한다.
닥터페퍼 (Royal Crown Co.)와 코카콜라(Coca-Cola Co.)의 기나긴 “ZERO” 공방의 종전
상표 “ZERO”를 두고 로얄 크라운사와 코카콜라사 간의 15년간의 기나긴 전쟁이 마침내 종료되었다.
2005년 코카콜라는 음료의 칼로리가 “0”인 것을 의미하는 “ZERO”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여러 상표를 출원하였으나 해당 어휘가 제품의 속성을 설명하는 어휘 (merely descriptive)로 판정되어 등록이 거절된 바 있다.
이후 “ZERO”를 꾸준히 자신들의 제품에 적용시켜 온 코카콜라는 소비자들이 해당 어휘를 통해 자사의 음료를 인식할 수 있게 된 점 즉, 이차적인 의미(secondary meaning)가 발생한 것을 근거로 다시 상표 등록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라이벌 회사인 닥터페퍼가 해당 어휘가 관용명칭(generic)*이라는 것을 근거로 이의(opposition)를 접수하므로 두 업체 간의 상표 ZERO를 사이에 둔 상표 전쟁이 시작되었다.
닥터페퍼의 이의에 대한 판결로, TTAB(미국 상표심판항소위원회)는 “ZERO”의 이차적 의미 획득이 인정된다고 보았으며, 코카콜라사의 편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닥터페퍼는 해당 명칭이 관련 제품을 지칭하는 일반명칭임으로 음료회사들은 제로칼로리(zero-calorie) 음료를 설명하기 위해 “ZERO”라는 말을 사용해야만 함을 주장하였다.
TTAB의 판결에 불복한 닥터페퍼틑 본 사건을 연방항소법원으로 옮겼으며, 결국 오랜 공방 끝에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항소법원은 TTAB의 판결에 몇 가지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였는데, 다음 두 가지가 주된 내용이다.
첫째, “ZERO”가 일반명칭으로 판정되기 위해서는 제품의 세부분류를 지칭하는 용어여야 하는데, TTAB는 제품을 탄산음료, 에너지 음료, 스포츠 음료로 세분화하였다. 항소법원은 이러한 분류는 잘못된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세부분류는 무칼로리 음료, 저칼로리 음료, 저 탄수화물 음료 등으로 되어야 하며, 일반 소비자가 “ZERO”를 이러한 세분화된 제품을 지칭하는 말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연방법원은 “ZERO”가 다이어트 탄산음료라는 세부 제품군을 지칭하는 일반명칭이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두 번째로, 설명어휘의 이차적 의미의 취득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해당 어휘의 설명 정도(descriptiveness)를 판단해야 하고, 이차적 의미 취득의 증거는 그 기술 정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즉, 해당 어휘의 기술성이 매우 큰 경우 더 많은 증거가 요구된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TTAB가 이러한 설명 정도를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코카콜라의 증거들이 타당하고 충분하다 판정한 것에는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닥터페퍼의 최종 승리로 끝난 이번 사건은 상표명의 관용성 (genericness)에 대한 보다 분명한 기준을 명시한 사례로 그 의미가 있다. Royal Crown Co. v. Coca-Cola Co., 892 F.3d 1358(Fed. Cir. 2018)
본 판결 이후 코카콜라는 “ZERO”를 포기하고 “ZERO Sugar”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관용명칭이란?
해당 이름이 상품/서비스를 지칭하는 일반명칭이 된 것으로, 상표로써의 고유한 식별력을 갖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등록상표였지만 지금은 상표로 인정되지 않는 아스피린(Aspirin)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